집 요구사항 정리하기
집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부터는 어떤 집을 짓는게 좋을지 매일 검색을 하고 고민을 한다. 평면 구조는 어떻게 배치를 해야할지, 외장이나 내장은 어떤게 좋을지등등. 많이 알아보고 오래 생각하면 대략적인 생각이 정리될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의 양도 더 많아지는것 같다. 처음에 잘 모를때는 어떤 자재가 좋아보이다가, 그 단점을 하나씩 알게되고 다른 자재의 장점이 또 눈에 들어오고. 그게 계속 반복된다. 구조도 마찬가지다. 방을 이렇게 배치하는게 좋아보이다가 다르게 생각하면 또 다른 평면이 좋아보이고.
이런 고민을 하다가 건축가를 만나서 미팅을 하고, 그 시점까지 정리된 것들을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것 보다 좀 더 추상적인 내용을 요구 했다. (물론 다른 건축가와 같이 해본적이 없어서 이게 일반적인 방식인지 이 분만의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를들어 ‘저는 1층은 천장고가 좀 넓었으면 좋겠고, 1층에는 거실과 부엌만 두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건 개방감을 원하시는군요’라고 정리를 해줬다. 또 ‘저는 거실에서 창을 통해 마당으로 드나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툇마루와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요구사항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외부 공간’으로 정리를 했다. 꽤 많은 요구사항들을 이야기 했고, 그것들을 펼쳐놓았더니 대략 대여섯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서 정리가 되었다. 즉 내가 원하던게 어떤건지 좀 더 크게 볼 수 있게 정리가 되고, 그것들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을 제안해 주기도 했다. (물론 아직 설계 초안이 나온건 아니지만)
비전문가인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좀 더 전문가인 건축가가 제시할 수 있는 답이 다르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한두단계 더 추상화 하는것도 좋을것 같다. 물론 내가 원하는게 뭔지를 골라내는게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건축가가 허락을 한다면 대화를 통해서 좀 더 넓게 바라보고 그 답을 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찾아주도록 하는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원하던 집은 건축가와 대화를 하면서 ‘확장’이라는 목적으로 크게 네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해서 전달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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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옥상 쉽게 즐기기 - 공간의 확장
개인적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독주택은 더 확장된 공간이 있기 때문에 생활 방식도 바뀌고 그로 인해 삶이 바뀌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평적으로 ‘마당’이라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수직적으로 ‘2층’과 ‘다락’, ‘옥상’이라는 공간으로 확장합니다. 또한 그로인해 생활 반경도 ‘실내’에서 ‘실외’로 확장하게 됩니다. 최대한 seamless하게 확장하는 집이 제가 원하는 집인것 같습니다. -
신경 안써도 깨끗한 집 - 시간의 확장
집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겠지만 저처럼 엉덩이가 무겁고 게으른 사람에게는 거기에 시간을 내고 움직이는 시간이 조금은 아깝습니다.(청소하기 싫은 핑계이겠죠) 게다가 집에 비해서 물건이 많아서인지 ‘이걸 어디에 놓아야 하지’라고 고민하고 장소를 찾는 시간이 많이 듭니다. 이러한 고민이 필요없고, 적당히 노력해도 깨끗해 보일 수 있는 집. 그래서 그런 고민과 노력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 가족과 즐길 수 있고, 저 자신이 쉴 수 있는 시간의 확장이 가능한 집이면 좋겠습니다. -
아들이 활기차게 노는 집 - 관계의 확장
아들이 친구를 데려와서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공간이 있어도 좋겠고, 재미있는 장소가 있어도 좋겠습니다. 친구들이 놀러가고 싶은집, 놀러가면 재미있는 집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나 와이프도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집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웃일 수 도 있고 친구일수도, 가족일수도 있습니다. 집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확장해주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세련된집, 따뜻한 집 - 세월의 확장
시간이 지나도 촌스러워지지 않는집. 시간이 지나도 깨끗하고 항상 세련된 집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도 자기방을 마음에 들어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부부가 나이가 더 들어서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어제 말씀하신 금토일이 모두 토요일의 편안함과 즐거음이 되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먼 훗날까지 세월을 확장해 주는 집이면 좋겠습니다.